
 비극은 새해를 이틀 앞두고 터졌다. 지난해 12월 30일, 해군특수전전단(UDT)을 꿈꾸며 일찍이 독립해 사회생활을 하던 22세 하청 노동자가 조선소에서 한겨울 홀로 잠수 작업을 하다 익사했다. 그의 이름은 김기범(22). 몸이 편찮은 부모님께 부담을 주지 않으려, 어린 나이부터 철이 든 의젓한 아들이자 남동생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바르게 큰 예쁜 아이'를 허망하게 잃었지만, 유족은 사고 이후 수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고 경위조차 듣지 못했다. 하청 대표는 잠적하고, 원청은 유감 표명은 하면서도 정작 책임은 회피하고 도리어 빈소에서 '염탐'하듯 행동했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기범씨의 누나(25)는 "아버지는 신장투석을 하시고, 어머니도 여러 차례 심장 수술을 받으셔서 편찮으시다 보니 독립적인 기범이는 돈을 빨리 벌어서 본인의 살 길을 찾고 '약한 엄마를 잘 지켜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면서 "원·하청 모두 책임 회피만 하고, 도리어 수사기관을 통해 소식을 듣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발생 후 열흘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고 이유도 듣지 못하고, 책임있는 사과도 받지 못한 유족들은 기범씨을 미처 떠나보내지 못한 채 하염없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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