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꺼진 침실을 빠져 나와 내옆 책상에 앉은 1호.

처음 읽은 장편소설. 두꺼웠는데 기어이 다 읽어내곤 뿌듯해 하던.

책읽는 게 노는 것 보다 즐거울 때가 많다는 1호.

놀자고 나와선 동생들 제쳐두고 책에 몰두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남들보다 조금 늦게 글을 깨우쳤던 1학년 2학기 즈음 부터 책을 가까이했던 1호

연작 중 한권을 읽더니 찾아 읽길래 아예 전질을 사줬고

책도 소중하게 여기라고 1, 2, 3호 그림을 넣어 장식도 해주고

쌀쌀한 봄 아침, 온기를 찾아 의자 밑 환풍구에서 읽다가

귀찮았는지 그대로 등을 구부리고 물을 마시는 묘기까지도

관심 갖고 찾아 읽은 첫 소재는 그리스 로마 신화.

여행 중에도 책을 챙겨 호텔방에서 읽곤했던

칸쿤, 책을 챙겨 가지 못한 장거리 여행이었지만 주변에서 찾은 읽을 거리

아이들 책이 없어 그냥 골라 잡은 것으려니 했던 책에 여행 사흘낮밤을 몰두하고

눈 뜨면 책 부터 잡아들 때가 많아지고.

결국 밥상 머리에서도 책을 끼는 일마저 잦아지면서 말썽도 생기고

심지어 싫은 소리 못하는 미국 선생님 마저 부적절하게 책을 읽는다고 주의를

잔소리 좀 해야겠다 싶다가도 책에 몰두한 두 눈 보고는 차마 내뱉지 못하고

신기하게도() 전자책도 잘 적응하고 좋다니 영락없는 디지털 세대

그럴바에야 킨들로 읽어라 했더니 더 늘어난 독서 시간

작은 1호, 키 안큰다고 나무라는 엄마 잔소리를 피해 이불 속에서 숨어 읽기도.

그 덕인지 읽기 능력은 또래 비해 월등하다고

책읽는 모든 순간은 칭찬과 격려만 받았던 내 어린시절을 비교하니 혼나며 읽은 1호가 불쌍하기도 했고, 독서습관이 잘 못 들까 걱정도 했던...
이상은 2016년 10월에 올렸던 '책 읽는 아이' 였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1호가 행사 참여로 첫 양복을 입었습니다. 여전히 책 읽는 걸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예전에 고민했던 독서 습관을 바르게 잡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안경까지 끼게 되었고, 여전히 눈 더 나빠지기 전에 바른 자세로 밝은 데서 읽어라 등등 잔소리를 하지만 고치는 건 그때뿐입니다. 게다가 소설에 편향된 독서를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더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등학교에 가면서 '아카덱(AcaDec, The Academic Decathlon)'이란 학술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조금은 다양하게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주어진 독서량이 많아서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도 많다는데, 책 읽는 건 어렵지 않다며 첫해를 잘 보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갈 때만 해도 제대로 하는 운동 하나 없어 단체 생활해 볼 기회는 있을까, 또 친구는 좀 사귀어 볼까 걱정했는데 적성에 맞는 동아리 가입해서 잘 적응하는 걸 보고 걱정을 많이 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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