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사립대 공대 교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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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립대 공대 교수로 임용된지 벌써 6년이 됐네요. 전/현/무포럼에서 연봉인증이라던가 육아라던가 공무원 관련된 글들 보면서 "연봉인증 나도 해볼까" "육아 나도 팁 남겨볼까" "아내가 공무원인데! 옆에서 본 이야기해볼까" 생각만하다가 드디어 글 쓸 타이밍인가 싶어 남겨봅니다.
저는 정출연 3년 -> 사립대 공대교수 6년차 입니다. 나이는 한국나이로 30후반이고, 교수는 꽤 빨리 된 편입니다. 앞선 분과 비슷하게 정출연 근무와 대학원 선후배로 인해 네트워크 형성과 수탁과제는 비교적 쉽게 하고있습니다. 가장 궁금할 것 같은 부분부터 순서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앞선 글이나 댓글에서 많이들 언급해주셨듯이 학교마다 다르지만 1년차에 "학교에서만" 받는 총 금액은 4천~7천 사이 입니다. 요즘은 국립대가 높고 사립대는 오히려 낮죠. 다만 탑급 사립대는 여전히 괜찮게 주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5천 중반으로 시작했고, 국립대간 친구들은 교연비나 수당 등 이것저것해서 7천은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저보다 많이 높아서 제대로 이야기 안해줍니다 ㅜㅜ 다들 학교가면 연봉 준다고 슬퍼하는데, 저는 정출연에서 받던 연봉이 5천후반이었으니 연봉변동이 거의 없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1~3년차에는 학교에서 주는 돈이랑 기타수입 등 다 합해서 각각 9천정도 벌었고, 4년차 1억, 5년차에는 1억 2천 이었습니다. 6년차는 진행중인데 이대로면 1억1천 정도일 것 같습니다. 교수는 학교에서 주는 돈 이외에 받는 돈들이 있습니다. 강연비, 자문료, 심사비, 정부과제수당, 민간수탁과제인건비 등 입니다.
국가기관이나 국가기관 과제로 해당 행위를 하게되면 시간당 비용이 정해져있습니다. 예를들면 자문, 심사는 1시간 40만원 혹은 2시간 60만원 / 강의 1시간당 직급따라 15만원 등 저 같은 경우에는 고정된 외부강의가 있어서 1년에 1500정도 외부강의 수입이 있습니다.
정부 연구과제를 수주하면 연구비가 주어집니다. 이때 받은 연구비는 당연히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정산을 후에 모두 해야합니다. 연구비에는 학생인건비, 장비비, 재료비, 연구활동비 등이 포함되며, 연구수당이 들어갑니다. 연구수당은 인건비 총액의 20프로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정부과제를 해도 교수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는 없습니다. 교수의 인건비는 이미 학교와 계약을 했기때문입니다. 과제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표시하는 참여율 나타내기위해 미지급이라 표시하고 실질적으로는 지급되지 않는 허구의 인건비를 잡게 됩니다. 다만, 모든 사람의 인건비를 합하고 그 금액의 20%를 연구수당으로 잡는데, 이 금액중 일부를 교수가 받을 수 있습니다. 연구수당을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없고 한 명이 총 연구수당중 최대 7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인건비와 교수 미지급 인건비의 합이 1천만원이면 연구수당이 200만원이 됩니다. 200만원에 대해서 욕심을 부리면 70%인 140만원을 교수가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교수에게 돈이 지급 안되는 정부과제를 왜 하냐면 연구실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교수 인건비는 못받아도 학생인건비를 지급하고 실험 장비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수탁과제를 수주하면 회사와 계약에 따른 결과를 도출해주는대신 회사와 정산하지 않고 연구비를 사용할 수 있게됩니다. 따라서 학교 산학협력단 내규만 어기지 않으면 어디에 쓰던 과제 발주 회사는 상관하지 않고 결과만 제대로 주면 됩니다. 인건비의 상한이 학교 산학협력단 내규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과제당 월 400정도 잡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5천만원짜리 민간수탁과제를 수주했다면 4천8백만원 교수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는거죠. 그래서 과제비 5천 이상인 과제 4개하시는 분은 2억 정도를 추가로 버시더군요... 대단히 바쁘시지만, 그래도 부러운건 어쩔수 없네요. 이건 교수 개인의 능력이기 때문에 편차가 심합니다.
법인을 만든다던가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렇게해서 얻는 실질적인 이득이 저한테는 크지 않아 저는 안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하셔서 겸직하는 분들도 계시고, 상장까지 이어져서 돈 많이 버신 분들도 계신데 소수입니다.
보신것처럼 교수는 부가수입이 많습니다만, 부가수입은 말그대로 부가수입입니다. 본인이 강의와 연구외에 추가 업무를 해야 벌 수 있는 돈입니다. 그리고 교수 직업 특성상 일터와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학교에서 일이 다 안끝나고 집에서도 일을 하다보니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정신적으로도 힘듭니다. 물론 안그런 직업이 어딨겠냐며 열심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컴공은 왜 교수를 하냐 사람은 직업을 돈으로만 선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돈이 최고일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특목고 나왔는데 친구들이 아무래도 의대를 많이 갔으나 하고 싶은 공부하겠다며 의대 가지 않은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어릴때부터 알던 친구는 일반고에서 전교 1등만 했고 수능도 잘봤는데 의대를 선택하지 않고 기뻐하며 S대 전자과를 같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 만나보면 그때 선택 후회하지 않고 행복해하면서 연구하고 강의합니다. 모두가 돈을 보고 살지는 않죠.
...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일부가 그런거지 사람에게 돈이 주는 행복은 무시할 수 없죠. 저도 돈 좋아합니다 ㅎㅎ. 그래서 정출연 이야기 들어보면 제대로된 지원자가 많이 없다 하더군요. 더욱이나 수도권 쏠림현상때문에 인력난이 가중화되고 있다하구요. 학교는 교수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나마 낫긴한데 지방 사립대는 어렵다 이야기를 많이하더군요. 그럼에도 교수하려는 사람은 여전히 있고, 저희 학교만해도 컴공과 교수 채용을 못해서 쩔쩔매는 상황은 아닙니다. 더 나아가서 연구중심대학 상위대학교들은 제대로 된 사람 뽑으려고 컴공과 교수들을 연봉을 많이 주고 데려옵니다. 정확한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최근 어떤 인공지능 연구하신 교수님은 연봉계약을 수억으로 했다더군요... 연봉 뿐만아니라 다른 조건도 ㅎㄷㄷ 하게 계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저 부럽고 그분의 노력에 경의을 표합니다.
워라벨이 좋은가에 대해서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말을 못하겠습니다. 워라벨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 등원이나 하원을 제가 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방학도 있고 참 좋습니다. 자녀들 시간에 맞춰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장점입니다. 그런데도 워라벨이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것이 업무가 적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강의만한다면 일은 적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강의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연구도하고, 논문도 쓰고, 과제 수주도 해야합니다. 요일에 따라 다르지만 9시반부터 5시까지는 기본적으로 자리에 있습니다. 오전수업이 있으면 9시 이전에도 출근하고 오후 늦게 수업이 있으면 저녁 8시 쯤에 집에 가기도 합니다. 평균적으로 학교에 40시간은 앉아 있습니다. 집에 와서 아이들이 자면 2차 업무가 시작됩니다. 10시에서 2시까지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7시반에 일어나서 아이들 챙기고 등원시키고 출근합니다. 습관이 되다보니 적응은 할만한데, 왜 교수님들이 은퇴이후에 빨리 돌아가시는지 알것 같습니다. 평균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70시간은 되는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3시, 4시까지도 했는데, 요즘은 점점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2시면 자게 되네요. 40이 다 되어가니 체력 떨어지는게 많이 느껴집니다. 선배님들이 마흔 마흔 하시던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이해가 갑니다 ㅜㅜ 자유로운 시간 사용도 하지만, 실제 시간은 많이 들어가고 있다가 핵심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교수라는 직업에 만족합니다. 다른 직업 하고 싶은거 있냐고 물어보면 "빚없고 건물이랑 돈은 많은 교수"라고 합니다. 지금은 빚 있고 돈은 없는 교수거든요... ㅜㅜㅜ 그만큼 교수라는 직업에 만족합니다. s회사 다니는 친구가 보너스로 얼마를 받았다 이런 소리 들어도 그만큼 고생중이겠거니 생각하지, 나도 s사갈걸 그랬나 이런 생각은 안합니다. 서로 추구하는게 다른거 아닐까요
저는 교수를 하면서 학생들을 만나는게 좋고, 자녀들 시간에 맞춰 시간 쓰는것도, 방학도 연구년도 좋습니다. 그러나 가장 만족스러운것은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제가 정출연 다니면서 제일 힘들었던게 상사들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그런게 없어서 너무 좋습니다. 교수는 할일만 하면 누가 터치할 것도 없고, 혹시나 누가 나를 싫어해도 나에게 불이익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승진을 위한 실적 압박도 있긴하지만, 심하진 않다 생각되고, 고과 평가 같은 스트레스도 없고해서 좋습니다.
그리고 제 자녀들에게 연구하는 분위기 등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집에서 연구하거나 가끔 학교에 놀러오면 연구 결과물들을 보기도하고, 실험하거나 공부하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어서 아이들한테도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것 같습니다.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더 벌면 좋겠지만, 공무원 아내와 맞벌이 하면서 빚갚으며 마이너스 없이 살정도는 되네요. 작년에도 분명히 구멍이 나야했는데, 중간중간 벌어들이는 부수입으로 구멍이 안나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곧 연구년으로 해외를 나가다보니 큰 구멍이 생길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들과 해외에 갈 수 있어서 더 빚 내고 다녀오려합니다.
학생들을 만나고 강의중에 혹시나 내가 편향된 정보를 주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편향되지 않고자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취득하려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뽐뿌에서 글을 보지만, 중요한 뉴스나 사건이 있으면 엠X 등에서도 반응을 살펴봅니다. 논리나 근거가 있고 타당한지를 보면서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여기저기서 글을 읽으면 드는 생각은 "사람생각은 다양하고, 다양함을 넘어선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과 "단순 사실을 전달해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뭐 우리 사회가 점점 개인개인이 편향되어가고 있으니 당연히 작은 사회인 커뮤니티도 그렇겠죠. 그래서 더더욱 저는 편향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잘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돈 안주는데 교수 왜하냐는 질문은 의미 없는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선택기준이 다르고, 추구하는 삶도 다르니까요. '학부나와서도 1억 2억 버는데, 박사까지 하고 그것밖에 못벌어' 라는건 돈을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이고, 돈돈돈 하면 다른 직업을 택했겠죠. 특히나 제 세대에서는 의전, 치전 같은 다른 길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고 싶은 사람은 하는거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거고 그런거겠죠.
3시간동안 적으면서 과제 제안서 쓸 시간에 이걸 왜 적고 있나 싶기도 한데, 진짜진짜 마지막으로.... 대부분 분들이 댓글에서 정상적이고 근거있는 의견과 생각을 말하고 계셔서, 아직은 우리 커뮤니티가 온전한 기능을 하고 있구나 느낍니다.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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