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이르자 먼저 시소에 올라탄 3호

예전에도 그랬듯이

셋을 함께 세우니 꽉 찬 미끄럼틀

미끄럼을 탄 2호가 팔다리를 뻗으니 그대로 미끄럼틀 길이 그대로.

예전과 달리 강 건너를 볼 수 없게 된 망원경

아이들 키만큼 커버린 나무 탓에

그렇지만 변함없는 운동기구

다니며 만나는 운동기구를 빼지 않고

올라타고 흔들어 보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또 흔들어 보고 돌리고

확실히 몸 쓰는 게 싫어 앉기를 좋아했던 1호

돌리고 흔들며 운동기구가 놀이기구인 듯 아는 1, 2, 3호

아침마다 강변을 걸으며 산책하고

풀이며 벌레 보느라 가는 길 막히던 그때와 달리

수다를 떠느라 멈추지 못해 삼천포로

산책 삼아 나선 신촌 책거리 건널목 동상과 함께

불과 2년 6개월 전 2, 3호는 동상 안에 파묻힌 듯했는데

낯설게 변한 건물.

만화책 가득하고 머물기 부담 없던 동네 카페가 사라지니 우리 추억도 하나 없어진 듯

그간 없던 새 동네 추억()을 만들기도

시력이 나빠진 듯 해 검사하니 나빠졌다고

1, 2호처럼 책도 안 좋아하니 순전히 유전 탓이라는 3호의 너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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