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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입니다. 9.4(월) 공교육 멈춤의 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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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챌리
댓글 0건 조회 553회 작성일 23-09-0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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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사 집회 얘기로 온 뉴스가 떠들썩하네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지신 여러 선생님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생각하며 제 생각을 간단히 남겨보고자 합니다. 



 



우선 오늘 집회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



개정되어야 하는 것 맞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제 교대 지인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남교사인데 이 친구는 학창 시절에 공부만 하던, 좋게 말하면 세상물정 모를만큼 착하고 속된 말로는 찐따에 가까운 친구였습니다. 



자기 주장 한 번 크게 못 내세우고, 한 두 살 오빠임에도 불구하고 기 센 여자 동기들한테 맨날 기에 눌려서 쥐죽은 듯 교대 4년을 보냈던... 


 



이 친구가 발령받은 첫 해에 6학년 담임을 맡았고, 그 반에는 발랑 까진 여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담배도 피우고, 다른 선량한 여자 애들 휘어잡고 반발 분위기 조성하는 그런 학생이었지요. 



밤에는 뭘하는지 맨날 학교와서 수업 중에 엎드려 잠만 자니까(초등학교 선생님이나 자녀들을 두신 분들은 알텐데, 혈기왕성한 초등학생들이 고등학생처럼 학교에 와서 잠을 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선생님이 몇 주간을 보다 못해 자는 애 뒤로 가서 어깨를 톡톡 두드렸답니다. 



이 친구가 소리를 지르며 학교 밖으로 뛰쳐나갔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 길로 자기가 다니던 지역아동센터의 선생님을 소환해서 성추행으로 경찰서에 신고까지 때려버렸답니다. 


 



그 즉시 이 친구는 직위해제되었고, 결국 같은 반 친구들의 진술로 인해 무혐의 판결나기까지 약 2년을 직위해제 상태로 지내다 겨우 복귀했습니다. 몇 년 전 있었던 일인데, 아직까지 다른 학부모들이 수근수근하는 듯한 트라우마로 힘들답니다. '무혐의'는 온데간데없고 '성추행 교사'라는 꼬리표만 따라붙는다네요. 


 



현실이 이렇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같은 건 온데간데 없고 그냥 바로 교육장 직권으로 직위해제 때려버립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즉각 개정되어야 합니다. 


 



2. 악성 민원인 강경 대응



몇 년 전부터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지금은 ARS 등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사오니...' 등의 멘트를 쉽게 접합니다. 



다만, 초등교사들에게는 예외였습니다. 



'우리 애 일로 내가 우리 애 담임한테 전화하는데 내가 왜 민원인이냐'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저도 악성 민원인들 수도 없이 만나봤습니다.


술 취해서 쌍욕부터 날리는 아빠도 만나봤고, 


다른 친구들 때리고 괴롭히는 일상이 반복인 아이 집에 어쩔 수 없이 집에 전화할 때마다 '우리 애 반 죽여놓겠으니 잠깐 기다려라'며 스피커폰 켜놓고 진짜로 욕설, 고함 섞어가며 애 두드려패는 우울증약 복용하는 엄마도 만나봤습니다. 


먼저 전화 끊지도 못합니다. 민원 응대 거부로 교육청에 신고들어가면 진짜 피곤해지거든요. 듣고 있어야만 합니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주고 사랑으로 대하고 싶은데, 반에 이런 친구들 한 명 있으면 하루의 대부분을 이 한명과 씨름하느라 나머지 선량한 친구들이 정서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봅니다. 


악성 민원인 혹은 비정상 민원인은 교무실에서 사전에 차단해야 합니다. 


 



+) 9.4(월)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저는 오늘 집회는 찬성하고 백번 지지하지만, 사실 9.4(월) 공교육 멈춤의 날이 실시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교사들마다도 견해가 다들 다른 것 같은데요. 


 


잊을 때만 하면 급식 조리원들의 처우 개선, 임금 상승, 무기직 전환 등을 위한 파업이 일어납니다. 


그럼 그날 급식은 없고 애들은 학교에서 부랴부랴 준비한 우유, 빵, 한솥도시락 등을 먹게 됩니다. 


그럼 교사들은 얘기합니다. 애들을 볼모로 잡고 진짜 이러면 안되는 거라고. 


 


다른 선생님들께 욕을 많이 먹을 수도 있지만, 공교육을 멈추겠다는 게 위 조리원 파업과 뭐가 다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연가, 병가 자기가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뭔 상관이냐 라고들 하지만, 집단으로 이런 형태로 가버리면 문제가 됩니다. 


내로남불,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 어느 회사에서 집단으로 연가, 병가 쓰는 걸 허용한답니까. 


전현무 게시판 바로 윗 글의 베댓이 '그냥 하루 연가 쓰세요. 매번 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 있는 일인데...' 랍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모두 연가 써버리면, 그 회사는 또 어떻게 됩니까.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연쇄적으로 사회 전반에 큰 파급을 불러오진 않을지 까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공무원이라면 국가의 명령에 의해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국가의 미흡한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내더라도, 파업이 아닌 다른 정당한 방식으로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이 횡설수설했는데 짧지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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