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9.4. 공교육 멈춤과 관련해서 저도 한 마디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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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탁하니 작성일 23-09-03 19:18 조회 482 댓글 0본문
아래 9.4. 공교육 멈춤과 관련해서 저도 한 마디해 봅니다. 저도 현재 초등교사이구요.
닭 잡는 일에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지금은 수 년 동안 우리나라 교육이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내팽개치고 방관하는 교육청, 정치적 놀음에 빠져있는 교육부와 국회의원들, 초월적인 사법 카르텔과 언론을 이용해 법을 제맛대로 휘두르는 개망나니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소잡는 칼이 아니 괴물잡는 칼을 구해와 싸워도 죽을동 말동 힘겨운 싸움입니다.
근 몇 년간 중고등학교에 수업 분위기 어떤가요 애들 ㅊ자빠져 자든 말든 선생님들 그냥 냅둡니다. 교사들이 지도하려고 해봤자 험한꼴 당하니, "니 인생 니 맘대로 살겠다는데 할 수 없지... 안 건들테니 제발 수업만 방해하지 마." 라고 읊조리고 상태지요.
근데 문제는 지금 초등학교가 그꼴 나고 있습니다. 교사가 뭐하나 지도하려 하면 정서학대니 아동학대니 하면서 고소 남발하는데, 뭐 어쩝니까 그냥 냅둬야지요. 재밌는 활동 해봤자 한 두명이 미친 놈처럼 급흥분해서 날뛰는 건 다반사니... 통제하거나 애들 싸움 말리거나 하다가도 정서학대로 직위해제 당하는 상황이니 그런거 되도록 안합니다. 교과서 내용 위주로 수업하려고 노력하고요, 솔잎 갉아먹던 버릇이 있어서 매일 같이 튀어나오는 수업 아이디어들은 마음 깊은 곳에 꼭꼭 억누르고 있습니다.
수업 방해하는 행동이나 친구들 괴롭히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잘 타이르는 말까지만 합니다. 절대로 아이들에게는 화내지 않고요, 저는 화가나면 활동을 잠시 멈추고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조용히 삭힙니다. 문제행동이 계속 누적되면 행발 누가기록에다 적절한 텀으로 기록해두고 계속 되면 부모님께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실제로 부모님께 연락드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애들은 저를 화 안내서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하지만 학급 분위기는 항상 어수선합니다. 좋게 보면 엄청 활기찬거구요.
그리고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해 최대한 과제 안 내주고 있습니다. 일기쓰기 받아쓰기도 학교에서 쓰게 하는데, 그 시간에 안 하는 아이들에게는 "다 하면 제출하렴" 말 한마디만하고 신경 끕니다. 제출한 아이들 것만 검사해주는데, 맞춤법 외에는 말을 아낍니다.
가끔씩 글을 잘 썼거나 평가 결과가 좋은 아이들을 공개적으로 칭찬해줬던 일도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칭찬 못 받은 아이들이 저한테 와서 자기는 칭찬 못 받아서 기분 나쁘다고 얘기하더군요. "너도 잘하면 칭찬해줄게"라고 말해봤지만 자기는 그냥 기분 나쁘니까 하지 말랍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아이들에게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공개적으로 칭찬을 안하게 되었습니다. 공개적인 칭찬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정서학대가 될 수도 있으니깐요....
처음 교사가 돼서 몇 년간은 늦게까지 남아서 학습 자료 만들고, 과제 못한 아이들은 따로 남겨서 간식 먹이면서 다하게 하고... 스카우트 대원들 데리고 주말에 체험 활동하러 다니고... 일주일에 하루 온전히 쉬기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 솔직히 지금은 거의 다 손에서 내려놓고 보니 그때보다 몸과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워라밸 좋아요;; 그러나 한 편으로는 하루하루 개판되가는 초등학교 교실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울하고 두렵습니다.
지금 아동학대니 정서학대니 고소고발 당하시는 선생님들 99%는 저처럼 다 내려놓지 않아서입니다. 지금 거리로 뛰쳐나가 우리나라 교육을 걱정하며 외치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초등교사라서 중고등학교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초등학교만큼은 지금이 아니면 공교육의 미래가 없다, 지금이 정상화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위중한 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려보자는 똥글을 보고 화가 좀 나 주절거려봤습니다.
(급히 쓰다보니 맞춤법 엉망입니다. 지적해주시면 수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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