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저 오늘 생일인데 밥 한 끼 하시죠!! > 자유게시판

도저히 근무를 뺄 수 없어서 어머니하고 상의 끝에 아버지를 하루 일찍 모시기로 했어요.

처음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아버지 식사는 차려야지 하면서 준비를 합니다.

아버지하고 식사해야하니 음식 준비를 위해 어제 부랴부랴 시장으로 향했어요.

마트가 훨씬 편하지만 명절엔 항상 시장을 잠시 들렀다 옵니다.

구경도 할겸..그리고는 마트로 가요

엄청 북적 거려서 혼났습니다.

밀려 다닌 것 같아요.

먼저 떡집에 들러서 송편을 샀어요. 알록달록은 빼고 깨송편으로만 샀어요.

아버지는 콩송편 보다는 깨송편을 좋아하셨어요.

예전엔 엄니하고 둘이 전부치느라 아주 혼났어요.

특히 어머니께서 다른 명절 음식을 하는 동안 저는 전부치는 담당이었는데 손이 크셔서 많이 하셨기 때문에 제가 아주 힘들었습니다.

밤 늦게까지..ㅠㅠ

하지만 이제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전은 샀어요.

아버지는 굴비를 좋아하셨어요.

굴비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급하게 샀는데 집에서 마지막에 그릇에 옮기다가 등이 터져버린..ㅠㅠ

온 가족이 좋아하는 약밥도 샀어요.

아버지는 제가 해드리는 소갈비찜과 갈비탕을 아주 좋아하셔서 준비했는데 역시나 샀어요.

예전에 좋았던 기억에 구매한 왕갈비찜인데 이번엔 품질이 예전만 못하네요.

뼈대만 있었는데 다른 부위가 있습니다.

하지만 못하는 칼질로 버섯도 넣고 당근이나 무도 다듬어서 추가했어요. ㅎㅎ

갈비탕도 식당표입니다. ㅠㅠ

아부지께서 섭섭하셨을라나요..

아부지가 옛날에 좋아하시던 시장표 통닭

햅쌀로 지은 흰 쌀밥

아버지께서 떠나시기 전에 흰 쌀밥 한 그릇 드시고 싶다 하셨는데 제가 얼른 건강해지시라고 병원에서 지시한 식사만 하게 하시느라 흰 쌀밥 한 그릇 못드시게 했던 걸 아직도 후회합니다.

그렇게 떠나실 거라면 흰 쌀밥 가득 퍼서 맛있는 음식 실컷 드시게 하고 인사드리며 이별할 걸...

부모님은 저를 제주도에서 낳으셨어요.

그래서 제 고향이 제주도입니다.

약주 좋아하시던 아버지라서 한라산 소주도 한 병 사서 따라드렸어요.

많이 차린다고 차렸는데 바빠서 나머지는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아버지랑 식사하고 꺼낸 선물받은 케이크에요.

오늘이 제 생일이거든요.

비록 미역국은 구경 못한 밥상이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아부지 생일에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연휴 끝나면 찾아뵈러 갈게요.

그 때 봬요.